문턱 넘기
/ 3m 이내 가변설치
/ WEB 심리테스트 오브제 (CRT모니터 구동) / 2016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마치 단계를 넘어가야만 진행되는 게임처럼 보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정해져 있는 몇 가지 단계 중 하나의 단계를 마치고 나면 바로 다음의 목표(물)를 설정하고, 달려야 만 하는 것을 강요한다. 이렇게 일종의 패턴화 된 삶의 구조 속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그렇다면 다음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할까? 끝없이 달리길 요구하는 삶 속에서 예술가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문턱 근처에 진입한 순간부터, 문턱을 넘으려는 시도들에 수많은 파도가 앞으로 넘어서기를 멈추게끔 했었다. 다만 어딘가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상태에 놓인다는 부담감은 스스로를 문턱을 넘지 못하는, 문지방을 밟고 있는 금기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었다. 어떤 소속, 위치, 역할을 가지지 못한 채 부유하는 경계선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회적 위치로 부터의 불안감은 새로운 경계 속으로 나를 집어넣고 나서야 안정감이 들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진짜의 것은 없었다. 믿어왔던 경계선 속의 안정감은 무성한 안개 속에서 느낀 포근함 이상이 되지 못했고, 다시금 그 경계 밖으로 밀려나와, 문턱을 넘을 것을 강요할 뿐이었다.
더 이상의 문턱을 찾을 필요가 없다. 문턱을 넘어서려 아등바등 거리는 수고로움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문턱이란 관념을 믿고, 그 곳을 따라 삶을 영위하던 이들의 사회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더 이상 문턱은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