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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지마세요

/3m이내 가변설치 / 3분 6초 영상  

/ 우드락, 시멘트, 철근, 케이블타이 / 2016 

작년에, 집근처에 있는 오래된, 예전부터 계속해서 재건축 이야기가 오가던 ‘맨션’이란 이름의 공간이 사라졌었습니다. 금새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위한 터를 다지기 시작했어요. 벌써, 제가 살고있는 ‘맨션’보다 높이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 했습니다. 봄이 되면 유명한 꽃길 근처의 아파트도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고, 그 위로 이미 재건축되어진 거대한 아파트 옆의 같 은 이름의 ’빌라’도 ‘공가’라고 적힌 창문 옆으로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허물고, 터를 다지고, 그렇게 새로이 건물이 올라갑니다. 마흔살이 다 되어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맨션’도 먼 훗날 그렇게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터를 다지고, 높게 올라서는 건물들을 속에서 이따금씩 미래의 나의, 우리의 터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지 곤 합니다.

 

일상유지에서 저는 일반적인 ’가족’을 유지하는 개인의 역할에서 일어나는 균열에 집중했습니다. 정년이 다가오는 아버지와, 그로인해 더이상 가정생활만 할 수 없는 어머니, 취업난에 시달리는 아들, 입시스트레스와 감정의 균열 속에 시달리는 딸을 통 해 사회로부터의 불안감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집단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밟지마세요”는 그런 우리가 모여 살고있는 ‘터’에 대한 고민입니다. 나의 부모님이 10년을 모아 마련한 이 집이, 멀고도 가까 운 날 새로이 지어질 때에, 나는 이곳에 살지 못할 것입니다. 누군가 새로이 지어질 집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 때, 수많은 발자국 들 사이로 다져진 터를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우리는, 이곳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가고 자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나는, “밟지마세요”라고 말합니다. “밟지마세요.”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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