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혹은 죽음 Love or Death》
김수정 개인전 / 스페이스 클립
2020. 6. 19.(금) - 7. 12.(일)
사랑 혹은 죽음
2020, 편집 이미지 시트지 출력, 콜라주, 5m 이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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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김성민)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 할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사실 사랑이라는 단어가 표면적으로 주는 이미지는 굉장히 밝다. 마치 분홍색으로 가득찬 방에 놓여있는 따듯한 난로처럼 부드럽고 밝고 따듯한 느낌을 주는 단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때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자선단체의 이름과 단체에서 주는 상에 꼭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찾아보게 되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단어의 줄을 세워본다면 서로 정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 두 단어는 서로 뒤돌아선 채로 맞붙어있다. 그래선지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 가운데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작품이 많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살을 선택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저승에 가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꺼내오지만 결국 에우리디케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실패한다. 죽음이라는 비극적이면서 드라마틱한 결말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극대화시키는데 오랜 시간 사용되었다.
김수정 작가의 전시 <사랑 혹은 죽음>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나타난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사용한다. 작가는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수많은 이미지를 모아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모은 이미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포한다. 그 이미지는 종교 기반의 이미지일 수 도 있으며 신화 기반의 이미지다. 혹은 희곡으로부터 나온 이미지다. 사랑, 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공유하지만 주제로부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온 이미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이야기를 다시 ‘사랑’과 ‘죽음’이라는 이야기로 묶어내기 위해서 작가는 ‘콜라주’라는 방식으로 이미지의 재가공을 진행한다. 작가가 수비한 이미지 안에서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의 발췌가 이뤄진다. 발췌된 각각의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합쳐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미지가 합쳐진다. 합쳐진 이미지는 다시 새로운 이미지로 변하고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로 바뀐다.
<사랑 혹은 죽음>전시는 작가가 진행하던 ‘사랑’ 시리즈 전시의 확장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작가는 거대 담론으로부터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사랑’ 시리즈의 맨 처음 전시인 <사랑과 전쟁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All is fair in love and war>는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정이라는 집단을 정상화하기 위해 생기는 개인의 문제를 사랑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그 다음으로 전시 이뤄진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에서는 가정이라는 집단을 넘어서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사회를 넘어 역사 속에서 사랑과 사랑의 뒷모습을 모아낸다.
이번 <사랑 혹은 죽음> 전시는 서로 뒤돌아 선 채로 바짝 붙어있는 두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제공한다. 수집된 여러 이미지가 나열된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로 변화한다. 관객은 하나로 뭉쳐진 이미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융합시킨다. 관객은 각자 다르게 합친 이미지를 통해 역사 속에서 사랑과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